아빠와 아버지, 같은 인물을 지칭하는 단어인데도 너무나도 다른 울림이 있다. 전자는 친근함을, 후자는 거리감을 의미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명쾌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무언가가 다르지만, 무엇이 다른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두 단어의 울림은 한국인의 마음에 남는다.
그런 두 단어가 합쳐진 아빠의 아버지, 줄이면 할아버지이지만, 그것이 아빠의 아버지라는 단어로 연상되지는 않는다. 우리 아빠도 나만할 때가 있었고, 할아버지가 아빠의 아버지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그 당연함을.
단어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틀딱이라는 단어가 있다. '틀니딱딱'을 줄인 이 단어는 실버세대에게는 그저 모욕으로만 느껴질만한, 실버세대를 풍자하는 신조어이다.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한 소년·청년들에게 실버세대의 말은 그저 틀니가 부딪히는 소음으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잘파(Zalpha)세대, Za세대로 불리는 요즘 아이들은 생각해본 적이 없겠지만, 모든 '틀딱'들에게도 아빠와, 아빠의 아버지와 함께하던 유년시절이 있었다.
이 책은 아빠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 즉 실버세대가 태어났을 때부터의 인생이 담긴 이야기이다. 해방둥이로 태어난 저자의 일대기, 위인전이 아닌 평민전, 그럼에도 가득 찬 서사는 해방 일대부터 이어진 대한민국의 근현대사가 얼마나 격동적이었는지를 느끼게 한다. 그런 격동을 살아가며 버러진 저자의 인생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
수필 모음집처럼 흩어진 글들에는 저자의 인생이 가득하고, 아득히 어린 세대에게 무슨 말을 해야 전해질지 몰라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하며, 하나라도 전해지길 원하는 간절함이 담겼다. 지나간 세월이 쌓이니 담이 되고, 세대 간 단절 속에 느끼는 외로움을 글로써 풀어 담을 넘기니, Za세대들이 실버세대의 인생을, 희생을, 삶을,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절절하다.
이렇게 적으면 이 책이 '노잼'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생을 이야기하며 중간중간 들어가는 콩트 같은 마눌 이야기에, 기독교인으로써의 참신한 시각, 어르신을 어르신으로 부르지 말아달라는 당부, 무분별한 언론에 대한 풍자, 정치와 전쟁에 관한 연륜의 이야기까지 담기지 않은 이야기가 없어 풍성하다.
생각 없이 읽어도 술술 넘어가는 수필 같은 인생사에서 시집처럼 아련히 전해지는 마음이 있는 책이다. 마치 월간지 『좋은 생각』을 한 사람이 도맡아 써 내려간 듯 에세이·풍자·수필·시가 하나의 책에서 한 사람의 인생으로 담겨있다.
저자 안동윤은 해방둥이로 태어나 김천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를 졸업했다. (유)구미원예농단 대표이사직을 지냈고, 중국 청도 청양식품의 대표이사직을 역임했다. 평소 여기저기 메모해둔 것을 모으고, 기억을 더듬어 인생을 걸어온 추억을 이 책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