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저녁, 구미에는 시간당 최대 90mm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행정안전부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고, 도심 곳곳에서는 도로와 지하차도가 침수되며 시민들의 불안이 커졌다.
연휴를 앞둔 야간 시간임에도 구미시 공무원들은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해 침수지역 통제와 배수작업, 시민 안전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재난 상황에서 휴일과 근무시간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지킨 공직자들의 역할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망이었다.
반면 시민을 대표하는 일부 지역 정치권의 모습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구미시 공식 SNS 계정은 실시간 현장 상황이나 통제 구간 등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고, 상당수 시·도의원들의 SNS 역시 평소와 다름없는 '휴무 모드'를 보였다.
그러나 모든 정치인이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김민성 전 구미시의원은 직접 장화를 신고 침수지역을 찾아 막힌 배수로의 낙엽을 손으로 걷어내며 물길을 확보했다. 또한 침수 차량 견인까지 도우며 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비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정호 구미시의원은 남통동 입구 철교 아래 지하차도 침수 현장을 즉시 확인한 뒤 SNS를 통해 차량 전면 통제와 우회 안내를 신속하게 알렸다. 이어 시청 관계자들과 함께 배수작업과 안전 확보에 나서며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윤종호 경북도의원 역시 성수천 공사현장을 비롯한 침수 우려지역을 긴급 점검하고, 현장 영상을 SNS에 게시하며 추가 피해 예방과 안전운전을 당부했다.
민주당 신용하·김재우 구미시의원도 호우경보 발효 직후 시민 행동요령과 위험지역 접근 금지, 지하차도 우회, 비상시 대피 요령 등을 상세히 안내하며 시민 안전에 힘을 보탰다.
이들의 활동은 단순한 SNS 홍보가 아니었다. 시민들이 가장 불안했던 시간, 가장 먼저 현장을 찾고 가장 빠르게 위험을 알렸다는 점에서 생활정치의 의미를 보여준 사례였다.
지방의원의 역할은 회의장에서 조례를 심의하고 예산을 의결하는 것만이 아니다. 재난과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현장을 찾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행정과 주민을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생활정치의 본질이다.
특히 연휴나 야간, 휴일에는 시민들이 행정기관의 상황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만큼 지역 정치인의 현장 활동과 SNS를 통한 실시간 정보 제공은 또 하나의 중요한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재난은 휴일을 가리지 않는다. 시민의 안전 역시 휴무가 없다.
공무원들은 비상근무를 통해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생활정치인들은 현장을 뛰며 시민과 함께해야 한다. 이것이 지방자치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시민들이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집중호우는 다시 한번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재난 앞에서 시민들이 가장 먼저 찾는 정치인은 과연 누구였는가.
그 답은 회의장이 아니라, 빗속 현장이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