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김천시가 무더위쉼터 운영 확대에 나섰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운영시간에도 문이 잠겨 이용하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더위쉼터’라는 간판보다 시민이 필요할 때 실제로 들어가 쉴 수 있도록 하는 운영체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7일 오전 9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평화남산동과 대곡동, 자산동, 양금동 등 김천 시내권 경로당에 조성된 무더위쉼터 10곳을 무작위로 찾아 운영 실태를 확인했다.
10곳 가운데 문이 열려 있던 곳은 단 2곳이었다. 이마저도 청소와 경로당 관리를 위해 나온 관계자가 있는 곳이었으며, 실제 더위를 피해 쉬고 있는 일반 회원은 한 곳에서 만난 어르신 1명뿐이었다. 나머지 8곳은 문이 잠겨 있었다.
상당수 경로당 입구에는 ‘무더위쉼터’ 안내판이 붙어 있었고 운영시간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표시돼 있었다. 하지만 취재진이 운영시간에 방문했음에도 이용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김천시는 폭염에 대비해 두 차례에 걸쳐 무더위쉼터 운영 확대를 요청했다. 지난 6월 11일 각 읍면동에 폭염특보와 열대야주의보 발효 시 최소 1곳 이상을 연장·추가 운영하도록 하고, 평일 오후 10시까지, 주말·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도록 했다.
이어 지난 7월 24일에도 폭염이 계속되자 폭염대책기간인 5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공공청사를 제외한 무더위쉼터 320곳에 대해 평일과 주말 오후 10시까지 확대 운영될 수 있도록 각 읍면동에 협조를 요청했다.
행정의 공문은 ‘밤 10시까지 개방’을 향하고 있지만, 일부 현장의 문은 오전부터 잠겨 있었던 셈이다.
며칠 전 본지에 제보한 한 어르신의 사연은 또 다른 문제를 보여준다. 몇 년 전 자녀와 함께 살기 위해 시내로 이사한 이 어르신은 낯선 동네 경로당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폭염이 심해지자 용기를 내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을 찾았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안내판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하자 경로당 관계자에게 연락해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20여분 뒤 관계자가 나왔지만 “경로당은 오후 2시부터 운영한다”며 회비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기존 회원이 많고 회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분위기에 선뜻 들어가기 어려웠던 그는 결국 집으로 돌아갔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더위쉼터’와 ‘회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로당’ 사이에 현실적인 간극이 있는 것이다.
취재 중 동네 정자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던 어르신들도 “아침부터 푹푹 찌는데 경로당에 가고 싶어도 문이 열려 있지 않을 때가 있다”며 “열려 있어도 혼자 들어가 에어컨을 켜고 있기는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사는 한 어르신 역시 가족들이 출근한 뒤 하루 종일 혼자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경로당을 찾지만, 낯선 사람이 혼자 들어가 냉방기를 사용하는 것이 편하지 않아 결국 집에서 버티거나 정자를 찾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경로당에서 만난 일부 어르신들은 “늦은 시간까지 경로당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후 10시까지 운영시간을 연장하는 것에 앞서 실제 필요한 시간대에 문이 열려 있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말 이용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문을 닫는 것인지, 아니면 이용하고 싶어도 문이 잠겨 있거나 회원 중심의 분위기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천시가 제공한 무더위쉼터 목록에는 총 347개 시설이 등재돼 있다. 행정복지센터와 공원·정자뿐 아니라 다수의 경로당이 포함돼 있으며, 경로당 상당수는 시설구분상 특정계층 또는 회원이용시설로 관리되고 있다.
이번 취재는 전체 347곳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아니라 시내권 10곳을 무작위로 확인한 결과다. 따라서 김천시 전체 무더위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운영 중인 무더위쉼터로 안내된 시설을 정해진 시간에 찾아갔는데 문이 잠겨 있다면 시민에게는 사실상 ‘없는 쉼터’와 다르지 않다.
특히 경로당을 무더위쉼터로 활용하려면 기존 회원들의 공간이라는 성격과 폭염 때 누구에게나 개방해야 하는 공공 쉼터의 기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명확한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
김천시도 운영 확대 공문을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폭염 기간 불시 현장점검을 통해 실제 개방시간과 비회원 이용 가능 여부, 냉방기 가동 여부, 출입문 관리 주체, 실제 이용인원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더위쉼터 정책의 성과는 몇 곳을 지정했느냐가 아니라 폭염에 지친 시민이 찾아갔을 때 문이 열려 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폭염 속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347곳의 무더위쉼터’라는 숫자가 아니다. 눈치 보지 않고 들어가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는, 실제로 문이 열린 한 곳이다.